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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원사 인권 보호, 기관의 대응 매뉴얼

by 복지인 조병기 2026. 9. 24.

공공운수노조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53.3%가 업무 중 갑질이나 폭언, 성희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요양보호사만 따로 보면 75.3%에 달했고, 피해를 겪고도 혼자 참는다고 답한 비율이 46%였습니다.  기관장으로서 가장 뼈아픈 숫자는 마지막 것입니다.  이 조사는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30일까지 진행됐고,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급여 인상 다음으로 갑질 민원 예방과 피해 회복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습니다.

 

갑질은 왜 반복되는가

돌봄 관계는 원래 대등해야 합니다.  "너희는 우리 때문에 월급 받는 거 아니냐"는 어르신들의 말 한마디가 순식간에 그 관계를 주인과 종으로 뒤바꿔 놓습니다.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육체적 불편함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온종일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없는 일상이 사람을 날카롭게 만든다는 것도 현장에서 여러 번 확인하여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정이 돌봄 노동자를 하대할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개인의 인내로 덮으려는 순간부터 갑질은 반복됩니다.  처음부터 기준이 흐릿했던 곳에서 갈등이 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비스 시작 단계에서 이용자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기관이 업무 범위와 중재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기록이 무기가 됩니다

생활지원사가 반말이나 모욕적인 말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할 때, 어르신이니까 이해하라며 개인의 인내로 넘기는 건 기관의 직무유기입니다.  즉시 내부 고충 처리 절차를 통해 상황을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기록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어르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적어두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날짜, 발언 내용, 상황을 그대로 남기면 됩니다.  전담사회복지사는 이 기록을 근거로 서비스 재사정, 보호자 상담, 지자체 협의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감정으로 대응하면 상황이 더 꼬이지만, 기록을 근거로 움직이면 기관도 실무자도 훨씬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답니다.

다만 모든 거친 언행을 곧바로 갑질로만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신체 기능 저하나 우울증, 인지 저하가 원인인 경우도 있어서, 기록을 쌓아가며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록에는 날짜와 시간, 정확한 발언 내용,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이후 조치까지 적어두면 나중에 재사정이나 상담 근거로 쓰기 좋습니다.  감정적으로 즉시 맞대응하는 대신 그날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적어두는 습관이, 나중에 기관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수행기관이 세워야 할 기준

수행기관은 어르신 편만 들어도, 생활지원사 편만 들어도 안 됩니다.  양쪽을 함께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 중 한쪽만 편들기 시작하면 기관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립니다.  이용자 민원이 두려워 생활지원사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하는 임시방편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돌봄 인력이 상처받아 자주 바뀌면 결국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어르신도 불안해집니다.

 

서비스 시작 단계부터 생활지원사는 어르신을 돕는 전문가라는 점을 분명히 안내해야 합니다.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짚어줘야 합니다.  서류에 사인만 받는 요식행위로 끝내지 말고, 제공 가능한 서비스와 절대 허용되지 않는 요구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기관의 이용자 안내문부터 점검해 보세요.  어르신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문장으로 서비스 범위를 다시 정리하고, 첫 방문 상담 때 생활지원사 존중 기준을 필수로 설명하도록 매뉴얼에 넣어두시길 권합니다.

 

역할별로 지금 해야 할 일

갈등이 생겼을 때 역할마다 해야 할 일을 미리 정리해 두면 현장에서 헤매지 않습니다.

구분 해야 할 일
생활지원사 상황을 그 자리에서 기록하고 전담사회복지사에게 즉시 보고
전담사회복지사 고충 처리 절차 가동하여 재사정과 보호자 상담 연계
기관 경영자 이용자 안내문 점검. 첫 상담 시 존중 기준 설명 매뉴얼화

 

현장 관리자라면, 생활지원사가 어려움을 보고했을 때 절대 개인의 인내로 넘기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고충 처리 절차를 안내해야 합니다.  보고를 미루거나 축소하면 다음에는 아무도 보고하지 않게 되죠.

경영자라면, 이용자 교육 시점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계약이나 서비스 시작 시점에 존중 기준을 설명하는 절차가 매뉴얼에 있는지,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재사정이나 보호자 상담으로 이어지는 절차도 문서로 정리해 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복지인저널의 생각노트

돌봄 현장에서 기관이 자주 놓치는 것은 큰 사고가 아니라 작은 무례입니다.  작은 무례를 방치한 자리에 결국 이탈이 옵니다.  사람을 지키는 기준을 먼저 세운 기관이, 결국 서비스의 질도 오래 지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어르신의 거친 말을 전부 갑질로 신고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다만 기록은 남겨두어야 합니다.  반복되는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지를 살펴보고 전담사회복지사와 함께 원인을 판단하는 게 먼저입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는 혼자 결정하지 말고 기관 내부 회의로 가져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Q2. 기관에 고충 처리 절차가 아직 없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A. 발생 상황을 육하원칙으로 기록하는 양식부터 만들고, 보고받은 관리자가 바로 서비스 재사정이나 보호자 상담으로 연결하는 절차를 문서화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기보다, 실제 사례가 쌓이면서 양식을 다듬어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3. 보호자가 부모님의 언행을 대신 사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기관이 직접 보호자에게 서비스 범위와 존중 기준을 다시 안내하고, 필요하면 서비스 지속 여부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보호자와의 대화도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기록된 사실을 근거로 차분하게 풀어가는 게 도움이 됩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어르신을 요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잔존능력을 유지시키며 오래 안전하게 모시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그 제도를 실제로 지탱하는 사람이 상처받고 떠난다면 제도는 오래 버틸 수 없지요.  기관이 먼저 기준을 세우고 지켜야, 어르신도 생활지원사도 오래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기준을 세우는 일은 어르신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을 오래 남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참고 : 보건복지부, 공공운수노조

 

 

by 복지인 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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