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원사가 방문한 댁에서 어르신께서 기관에 혹시 남는 반찬이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전달을 받고 사회복지사가 다시 찾아가 보니 사연이 있었습니다. 열흘 전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신 뒤로 밥을 지을 기운이 없으셨던 겁니다.
사례관리는 처음 들은 요청과 실제로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든 재가노인지원서비스든, 주민센터 통합사례관리든 큰 흐름은 비슷합니다.

사례관리 과정 한눈에 보기
| 단계 | 하는 일 | 남길 기록 |
| 접수 | 발굴, 의뢰 접수 초기면접 |
접수지 초기상담지 |
| 사정 | 욕구와 강점 파악 | 사정 기록지 |
| 계획 | 사례회의 목표 설정 |
사례회의록 서비스 계획서 |
| 개입 | 서비스 제공 자원 연계 |
서비스 제공 기록 |
| 점검 | 모니터링 재사정 |
점검 기록 |
| 종결 | 목표 달성 평가 | 종결 평가서 |
서식 이름은 사업과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표에는 순서대로 적었지만, 점검하다가 사정으로 되돌아가 계획을 새로 세우는 일도 흔합니다.
접수는 찾아 나서는 데서 시작합니다
어려운 분일수록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으십니다. 남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혹은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참고 지내십니다. 그래서 접수는 사무실 전화로만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흘째 문 앞에 배달 음료가 그대로 있다는 이웃의 연락으로 시작되기도 하고, 요즘 통 안 보이신다는 경로당 회장님 말씀으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주민센터에서 의뢰서가 오기도 하고, 퇴원을 앞둔 병원 사회복지팀에서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첫 만남은 짧게 끝내도 됩니다. 모니터를 보며 나이와 소득부터 묻기 시작하면 어르신은 금방 말을 아끼십니다. 조언도 이때는 참는 편이 낫습니다. 서류 칸을 다 못 채웠더라도 다음 방문 날짜를 잡았다면 첫 면접으로는 충분합니다. 집 안도 눈여겨보세요. 냉장고 속 반찬이나 약 봉투에 찍힌 날짜에서 어르신이 말하지 않은 속내가 보이곤 합니다.
사정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께 도시락부터 연결하면 일이 빨리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몇 주 뒤 냉장고에서 상해 가는 반찬을 발견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사정을 다시 해 보면 가스가 끊겨 데워 드실 수 없었던 경우도 있고, 먹어서 뭐 하나 싶은 무기력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정 때는 무엇이 불편하신지와 함께 왜 그렇게 됐는지를 꼭 여쭙니다. 살피는 영역은 대개 건강, 주거, 경제, 가족과 이웃 관계, 일상생활 능력입니다. 영역별로 따로 적고 끝내면 원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스 요금 체납이 끼니 문제로, 끼니 문제가 우울로 이어졌다는 식으로 한 문장에 이어 적어 보세요. 손을 써야 할 곳이 드러납니다.
강점도 함께 적습니다. 걷기는 힘들어도 회계 일을 오래 하셔서 서류 정리는 누구보다 꼼꼼한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그분 계획은 그 능력에서 출발했습니다. 사정은 한 번 방문으로 다 끝내려 하지 말고, 두세 번 만나며 조금씩 채워 가야 빈칸이 줄어듭니다.
사례회의를 거쳐 계획을 세웁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는 회의에 올립니다. 할머니는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시고, 손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집을 자주 나가던 조손가정이 있었습니다. 여러 기관 이야기를 모아 보니 할머니의 무기력은 깊은 우울이었습니다. 손자는 그런 집안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밖으로 돌고 있었고요. 회의에서는 할머니의 정신건강 치료와 손자의 바깥 활동 지원을 함께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회의 전에는 당사자와 가족의 생각을 미리 들어 둡니다. 회의실에서 정해진 계획을 나중에야 전해 들으면 거절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서의 목표도 내일 무엇을 할지 보일 만큼 구체적으로 씁니다.
| 막연한 목표 | 구체적인 목표 |
| 건강이 좋아진다 | 아침, 저녁 두 끼를 거르지 않고 드신다 |
| 이웃과 가까워진다 | 주 1회 경로당 프로그램에 나가 인사를 나눈다 |
| 말벗이 되어 드린다 | 주 1회 방문해 30분 이야기 나누기 |
무엇부터 할지도 당사자에게 확인합니다. 실무자 눈에는 빚 상담이 급해 보여도, 본인은 다리가 아파 병원부터 가고 싶으실 수 있습니다. 사례회의록에는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와 기관별 역할, 일정, 슈퍼비전 의견까지 남겨 두세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서비스 제공과 점검
같은 생필품 지원이라도 물건만 두고 나오는 방문과 안부를 여쭙고 나오는 방문은 몇 달 뒤 어르신 모습이 다릅니다. 자원을 연결할 때는 순서를 정합니다. 한 주에 낯선 사람이 서너 명씩 드나들면 어르신은 지치시고,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헷갈려 하십니다. 주 담당자 한 사람을 정해 두고 다른 기관 소식도 그 사람을 통해 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서비스 제공 기록은 그날 바로 남깁니다. 며칠 지나 몰아서 쓰면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흐려지고, 점검 때 비교할 거리도 사라집니다. 날짜와 한 일, 어르신 반응을 짧게라도 적어 두면 충분합니다.
점검 때 보이는 변화는 대개 작습니다. 늘 누워 계시던 분이 현관까지 나와 문을 열어 주시는 정도입니다. 입원이나 가족의 이사, 배우자와의 사별처럼 생활이 크게 흔들리면 재사정을 하고 계획을 고칩니다.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종결은 미리 준비합니다
목표를 이루셨거나 다른 서비스로 옮겨 가시거나 이사를 하시면 사례관리를 마칩니다. 시설에 입소하시거나 돌아가셔서 마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락이 갑자기 끊기면 어르신은 버려졌다고 느끼시기 쉽습니다. 마지막 방문 두세 번 전부터 종결 시점을 말씀드리고, 이어 받을 기관 연락처를 적어 드립니다. 다시 힘들어지면 언제든 연락하셔도 된다는 말씀도 꼭 드립니다. 종결 평가서에는 처음 목표와 지금 모습을 나란히 적어 둡니다. 다시 의뢰가 오면 그 기록이 첫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사례회의는 위기가 생겨야만 여나요?
A. 위기가 오기 전에 여는 회의도 많습니다. 낙상 위험이 커졌거나 우울감이 깊어지는 조짐이 보일 때가 그렇습니다. 역할을 미리 나눠 두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Q2. 대상자가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본인이 가장 원하는 것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거부하신 서비스와 그 이유는 기록해 두었다가, 관계가 쌓인 뒤 다시 권해 보세요.
복지인저널의 생각노트
사례관리를 오래 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계획서 목표 칸 맨 위에 어르신이 하신 말을 그대로 한 줄 적어 두는 것입니다. 손주 졸업식에는 걸어서 가고 싶다는 말 같은 것들입니다. 기관 용어로 다듬은 목표는 몇 달 지나면 담당자도 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어르신 말투 그대로 적힌 문장은 점검할 때마다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 하는 서비스가 그 한 줄에 다가가고 있는지, 거기서 다시 따져 보게 됩니다.
by 복지인 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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