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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폰트 저작권 분쟁, 사회복지기관 대처법

by 복지인 조병기 2026. 9. 9.

지난달 서울 강서구의 한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후원자 모집 안내문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담당자는 인터넷에서 무료라고 표시된 폰트를 내려받아 문서를 완성했고,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인쇄까지 마쳤습니다. 

두 달 뒤, 이 시설로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이 도착했습니다.  사용한 폰트의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사회복지 현장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홍보 자료 하나 만드는 데 큰돈을 쓸 수 없는 기관일수록, 이 문제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립니다.  담당자 개인의 실수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예산과 정보 모두가 부족한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무료폰트 저작권 분쟁

사회복지기관이 이 문제에 유독 취약한 까닭

사회복지기관은 후원 안내문, 프로그램 포스터, 교육 자료, 가정통신문처럼 크고 작은 홍보물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조직입니다.  한 달에 두세 번꼴로 새 안내문을 만드는 곳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폰트가 필요하고, 예산은 늘 빠듯합니다.  영리기업처럼 유료 폰트를 구매할 여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검색으로 찾은 무료 폰트에 의존하게 됩니다.

문제는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과 아무 목적으로나 써도 된다는 것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만난 한 종교단체 사무국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산도 없는데 유료 폰트를 살 여력은 더더욱 없었어요. 인터넷에서 받은 폰트가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용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다운로드부터 하는 관행이, 몇 달 뒤 예상치 못한 청구서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합의금 장사라 불리는 수법의 구조

이런 분쟁 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폰트를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하면서 이용약관 안에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다는 조건을 눈에 띄지 않게 넣어둡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약관을 끝까지 읽지 않고 폰트부터 설치합니다.  이후 그 폰트가 영리 목적이나 공공·비영리 기관 자료에서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 저작권자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수백만 원대의 합의금 또는 폰트 패키지 구매를 요구합니다.  법률 지원단체인 오픈넷은 이런 방식의 청구가 상당 기간 이어져 왔다고 지적하며, 피해자를 위한 표준 대응 양식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사용한 폰트가 한두 개뿐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넘어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런 청구가 곧바로 유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픈넷은 무료 폰트를 사용했다가 형사고소를 당한 이용자를 대리해 무죄 판결이나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낸 사례를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습니다.

확인 항목 왜 중요한가
사용 목적 범위 비영리·개인·상업 중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이용약관에 명시되어 있는지
배포·수정 가능 여부 인쇄물, 웹, 영상 등 매체별로 조건이 다를 수 있음
제공 주체 신뢰도 정부·공공기관 배포 폰트인지 개인 사이트 재배포본인지

 

저작권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대안, 학교 안심폰트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처음부터 저작권 분쟁의 소지가 없는 폰트를 쓰는 것입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22년부터 매년 배포해 온 학교 안심폰트가 대표적입니다.  교육저작권지원센터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2025년 기준 누적 65서체 88종에 이릅니다.  교육기관에만 한정되지 않고, 이용 목적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 비영리단체와 개인, 사업자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자 안내문, 프로그램 포스터, 가정통신문, 교육 자료 정도라면 이 폰트만으로 대부분 충분합니다.  게다가 센터는 PPT 12종과 포스터 7종으로 구성된 학교안심 템플릿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폰트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고민을 덜 수 있습니다. 교육저작권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안심폰트 메뉴에서 파일을 내려받으면 되고,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사용 신청 절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을 이미 받았다면 밟아야 할 순서

만약 이미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곧바로 합의금을 보내지 않는 것입니다.  당황한 마음에 서둘러 합의부터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용한 폰트의 실제 라이선스 조건과 위반 여부부터 차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보물 제작을 외주 업체에 맡겼다면 업체 쪽 책임 여부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판단이 어렵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132번으로 전화하면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이 서비스는 저소득층에 한정되지 않고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정리하고 싶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 제도를 통해 조정을 시도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픈넷은 폰트 저작권 분쟁의 상당수가 저작권자 측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무료로 배포해 놓고 뒤늦게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 법리적으로도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 내용증명 한 장에 무작정 겁먹고 응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이유

개인의 부주의만 탓하고 넘어가면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관 차원에서 사용 가능한 폰트를 미리 지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자료를 만들도록 규정으로 못 박아 두는 편이 확실합니다.  실제로 한 사회복지관은 모든 홍보물에 학교 안심폰트만 사용하도록 내부 규정을 바꾼 뒤, 폰트 관련 분쟁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신규 직원 교육 자료에 이 규정 한 줄만 포함해도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나 영상 등 다른 저작물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두면 비슷한 위험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복지인저널의 생각노트

저작권 확인을 담당자 개인의 순발력에만 기대는 구조라면, 다음에도 비슷한 우편물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습니다.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폰트는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그것을 기관의 기본 규칙으로 정해 두는 것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이미 만들어 배포한 자료에 문제가 된 폰트가 쓰였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하나요?
A. 이미 배포된 인쇄물을 전부 회수하기는 어렵지만, 웹사이트나 재사용 가능한 원본 파일에 남아 있는 폰트는 안심폰트로 바꿔 두면 이후 추가 인쇄나 배포 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Q2. 학교 안심폰트를 상업적인 용도로 써도 문제가 없나요?
A. 교육저작권지원센터는 이용 목적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어, 비영리 활동은 물론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폰트 자체를 재판매하거나 별도로 배포하는 행위까지 허용되는지는 매년 배포 공고의 세부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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