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기관에서 대형 버스를 빌려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떠납니다. 점심을 마치고 꽃길을 걷던 중, 김00 어르신(가명)이 담당 사회복지사의 손을 꼭 잡으셨습니다. "자식이 없어 여행 한 번 못 가봤는데, 복지관 선생님들이 제일이여." 나들이 때마다 같은 말씀을 하셨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늘 창밖만 보셨습니다. 자식이 없다는 그 말씀이 사실과 달랐다는 건, 몇 년 뒤 재사정(정기 재평가) 때 알게 됐습니다.

첫 방문 때 본 어르신의 생활
처음 댁을 찾아간 날, 어르신은 괜찮다는 말부터 하셨습니다. 낡은 빌라의 방 한 칸에 작은 주방이 붙은 집이었습니다. 방바닥에는 오래된 약봉지가 쌓여 있었고, 하루 대부분 TV를 켜 두고 지내셨습니다. 가족을 묻자 아무도 없다고 짧게 답하셨습니다.
| 영역 | 첫 방문 당시 상태 |
| 건강 | 당뇨, 무릎 관절염, 심장질환, 백내장으로 시야 저하 |
| 경제 | 정부 지원금 월 50만 원 수준 / 월세·공과금 후 식비 부족 |
| 주거 | 낡은 빌라 방 한 칸 (습기와 곰팡이) |
| 관계 | 가족 없음으로 진술. 외출과 교류 거의 없음 |
가장 급한 건 식사였습니다. 당뇨가 있는데도 싼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넘기실 때가 많았습니다. 병원 가는 날도 숨이 차다며 몇 번씩 미루셨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계획도 식사 지원과 병원 동행부터 세웠습니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로 연결한 지원
어르신이 이용하신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서울시가 자치구마다 센터를 두고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서울복지포털 안내에 따르면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만 60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지원이 필요한 분이 대상입니다. 선정 순위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그 밖의 저소득 어르신 순입니다.
| 서비스 | 지원 내용 | 어르신의 변화 |
| 병원동행 | 정기 진료 동행, 차량 이동 지원 | 미루던 진료 재개 |
| 밑반찬 | 당뇨 식단 반찬(주 2회 배달) | 끼니 규칙화 |
| 말벗 | 자원봉사자 정기 방문 | 표정과 말수 변화 |
| 주거개선 | 곰팡이 제거(생활환경 정비) | 위생 개선 |
| 지역 연계 | 주민센터 방문간호사 협력 (혈당·복약 점검) | 수치 관리 체계화 |
어르신이 해마다 기다리신 건 겨울 김장이었습니다. 김치를 받는 날이면 엄지부터 치켜세우셨고, 생신날 미역국 한 그릇에도 한참을 웃으셨습니다. 처음엔 현관에서 인사만 나누시던 분이, 나중에는 담당 선생님이 오는 요일을 달력에 표시해 두셨습니다.
2025년 2월 재사정에서 처음 들은 가족 이야기
재사정을 앞두고 어르신은 LH 임대주택으로 이사하셨습니다. 눅눅한 빌라 방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건물에 저희 기관을 이용하는 다른 어르신이 살고 계셔서,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습니다.
재사정 상담을 마무리할 즈음, 어르신이 먼저 할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래전 사업이 부도나면서 가정불화가 깊어졌고, 결국 이혼하셨다고 합니다. 그 뒤로 딸 셋, 아들 하나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둘째와 셋째 딸은 시각장애가 있고, 아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어렵게 지낸다는 소식만 가끔 전해 들으신다고 했습니다.
자녀가 있다고 하면 지원금이 끊길까 봐 걱정되셨고, 도와줄 형편이 못 되는 자식들 이야기를 꺼내기도 부끄러우셨다고 합니다. 처음 만난 날 가족이 없다고 하신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자녀가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이 유지되는 경우
현장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가족 이야기를 피하시는 어르신을 종종 만납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도 많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10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고,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만 예외로 남겼습니다.
| 급여 | 부양의무자 기준(2026년 기준) |
| 생계급여 | 2021년 10월 폐지(고소득·고재산만 예외) |
| 의료급여 | 2026년 1월 부양비 폐지(기준 자체는 일부 유지) |
| 주거급여 | 2018년 폐지 |
이 내용을 설명해 드리자 어르신은 진작 물어볼 걸 그랬다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자녀의 소득이나 재산이 아주 많지 않다면, 생계급여는 자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끊기지 않습니다. 다만 의료급여는 기준이 일부 남아 있어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같은 걱정을 하시는 어르신이 계시다면 동 주민센터에서 개별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경로식당에 못 가시게 된 뒤
최근 들어 어르신의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이 함께 나빠졌습니다. 주치의는 식단을 엄격히 조절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무릎 통증과 호흡 곤란도 심해져, 그동안 점심을 해결하던 인근 복지관 경로식당까지 더는 걸어가지 못하십니다.
지금은 영양 관리가 결합된 도시락 배달과 집 안에서의 일상생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례관리 방문도 더 자주 하도록 일정을 다시 짜는 중입니다. 같은 건물 이웃 어르신께는 하루 한 번 안부를 살펴 달라고 부탁드려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어디에 신청하나요?
A. 서울은 자치구마다 재가노인지원센터가 있어 직접 문의하거나 동 주민센터를 통해 연결받을 수 있어요. 서울복지포털 기준으로 서울 시내 27곳이 운영 중입니다.
Q2. 방문요양을 받고 있어도 함께 이용할 수 있나요?
A. 서울복지포털 안내에 따르면 방문요양, 노인돌봄, 가사간병처럼 비슷한 서비스와는 중복해서 받을 수 없어요. 다만 기관끼리 역할을 나눠 필요한 부분을 연계할 수는 있으니 담당 사회복지사와 상의해 보세요.
Q3.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어르신은 어디에 문의하나요?
A.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먼저 알아보세요. 주민센터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1661-2129)에서 가까운 수행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어요.
복지인저널 생각노트
김00 어르신의 첫 욕구사정 기록에는 가족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한 줄이 바뀌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재사정 양식을 채우다 보면 지난번 기록을 그대로 옮겨 적기 쉽습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가족 관계 항목만큼은 매번 다시 여쭤보자고 직원들과 정했습니다.
▶ 참고 : 서울복지포털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보건복지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by 복지인 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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