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6년 6월 12일 발표한 2025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서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7,973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614건, 7.7%가 요양원 같은 생활시설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용시설까지 합친 시설 학대는 701건으로 한 해 전보다 54건 늘었습니다. 비율은 작아 보이지만 시설에 계신 분들 중에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로 전하지 못하는 치매 어르신이 많습니다.
재가기관을 하다 보면 집에서 돌봐 드리던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옮기신 뒤에도 가족과 연락이 이어지곤 합니다. 얼마 전 한 보호자분께서 전화로 "엄마 팔에 멍이 있는데, 이걸 물어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특정 직원 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돌리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가족이 무엇을 보고 어떤 순서로 움직이면 되는지 정리해 둡니다.

면회 때 눈여겨볼 신호
노인복지법은 학대를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학대와 방임, 유기로 나눕니다. 가족 눈에 주로 띄는 건 신체적 학대와 방임입니다. 신호 하나만 보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신호가 겹치거나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그때부터 메모를 시작하세요.
면회 시간도 한 번쯤 바꿔 보세요. 늘 주말 오후에만 가면 단장을 마친 어르신만 보게 됩니다. 식사 시간이나 저녁 무렵에 들르면 밥을 어떻게 떠 드리는지, 기저귀는 얼마 만에 가는지가 보입니다.
| 구분 | 살펴볼 모습 |
| 몸 | 설명이 안 되는 멍, 손목 자국, 갑자기 생긴 욕창 |
| 식사와 위생 | 급격한 체중 감소, 입술 마름, 오래 갈지 않은 기저귀 |
| 행동 | 특정 직원 앞에서 굳는 표정, 평소보다 심한 졸림 |
| 시설 태도 | 면회 시간을 자꾸 바꿈, 방 안 확인을 꺼림 |
눈에 걸리는 게 있으면 그날 바로 메모해 두세요. 며칠만 지나도 가족끼리 기억이 엇갈립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가장 힘이 되는 것이 그날 쓴 메모입니다. 적을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 언제 : 면회 날짜와 시간
- 무엇을 : 멍이나 상처의 위치와 크기 및 어르신 반응
- 증거 : 사진, 이후의 진료 기록
- 설명 : 직원이나 시설장 답변 그대로
상처 이야기를 여쭐 때 누가 그랬는지부터 캐물으면 어르신이 입을 닫기 쉽습니다. 언제부터 아프셨는지 편하게 여쭤보세요.
묶어 두는 일도 학대입니다.
요즘 시설 학대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유형이 신체 구속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소병훈 의원실에 낸 자료(2026년 9월 공개)를 보면, 몸을 묶거나 가둬 학대 피해로 판정된 어르신이 2023년 72명에서 2025년 184명으로 늘었습니다. 2년 새 약 2.6배입니다. 그중 98명은 신체억제대에 묶였습니다.
억제대는 낙상이나 관이 빠지는 일을 막겠다며 씁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요양시설 9곳을 찾아가 조사해 보니, 어르신이 기저귀를 스스로 뺀다고 억제대를 채운 곳도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 입소자 801명 가운데 100명, 약 12%가 억제대를 차고 있었습니다. 돌봄보다 관리 편의 때문에 묶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입소 상담 때 억제대를 쓰는지 물어 두세요. 쓴다면 어떤 경우에 얼마나 쓰는지, 기록은 어떻게 남기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면회 때 손목이나 발목에 눌린 자국이 보이면 그날 사용 기록을 보여 달라고 하면 됩니다.
CCTV 열람은 보호자가 요청할 수 있습니다
2023년 6월부터 어르신이 입소해 생활하는 장기요양기관은 CCTV를 달고 영상을 60일 이상 보관해야 합니다. 보호자는 어르신 안전을 확인하려고 열람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기관은 요청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열람 장소와 시간을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열람 요청이 들어온 영상은 보관 기간이 지나도 지우지 못합니다. 다만 침실은 그 방을 쓰는 어르신이나 보호자 전원이 동의해야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침실에는 CCTV가 없을 수 있습니다. 입소 상담 때 어느 공간까지 찍히는지 함께 물어보세요.
보관 기한이 있으니 의심이 들면 말로만 묻고 넘기지 마세요. 날짜와 시간대를 짚어 서면으로 요청하고, 요청서 사본은 한 부 챙겨 둡니다. 영상은 가족 둘이 함께 가서 보고, 화면에 찍힌 시각과 장면을 그 자리에서 받아 적으세요. 시설이 열람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니, 거부당하면 관할 구청에 알리면 됩니다.
시설장 면담에서 신고까지
처음부터 신고하기가 망설여진다면 시설장 면담을 먼저 청해도 됩니다. 면담 날짜는 문자로 잡고, 되도록 가족 한 사람과 같이 들어가세요. 혼자 들으면 나중에 말이 달라져도 따질 근거가 없습니다. 끝나고 나서 시설장 설명을 정리해 다시 문자로 보내 두면 그게 기록이 됩니다. 설명이 납득되지 않거나 같은 일이 또 생기면 신고로 넘어가세요.
| 순서 | 할 일 | 남길 것 |
| 기록 | 면회 직후 메모, 사진 확보 | 메모, 사진, 진료 기록 |
| 면담 | 문자로 면담 요청 | 시설장 답변 및 정리한 문자 |
| 열람 | 날짜 짚어 서면 요청 | 요청서 사본 |
| 신고 | 1577-1389, 나비새김 앱, 긴급하면 112 | 신고 날짜와 내용 |
요양원 직원은 노인복지법이 정한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입니다. 학대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신고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현장을 조사합니다. 필요하면 어르신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도 돕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신고하면 어르신이 시설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요?
A. 신고한 사람의 신분은 노인복지법으로 보호됩니다. 조사 중에 어르신을 그 시설에 두기 불안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상의해 다른 시설이나 단기 보호로 옮길 수 있습니다.
Q2. 들어가기 전에 학대 위험이 적은 요양원을 고르는 방법이 있나요?
A. 노인장기요양보험 누리집에서 기관별 평가 등급을 볼 수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학대 판정을 받은 장기요양기관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추기 때문에, 등급을 더 믿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담 때는 면회를 언제든 받는지, 방 안까지 보여 주는지 직접 물어보세요. 보여 주기를 꺼린다면 다른 곳도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Q3. 어르신이 치매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을 못 하시는데 신고가 되나요?
A. 됩니다. 학대인지 판단하고 조사하는 일은 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맡습니다. 어르신 진술이 어려우면 가족의 메모와 사진, 진료 기록을 먼저 봅니다. CCTV 영상과 다른 직원 진술도 함께 확인합니다. 가족이 남긴 기록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복지인저널의 생각노트
시설 학대 기사가 나오면 CCTV를 더 달고 처벌을 높이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네,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도 어르신의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자주 오는 가족입니다. 화요일마다 딸이 오는 어르신이라면 직원들도 그 요일을 압니다. 면회는 안부 인사이면서, 그 방이 바깥과 이어져 있다는 표시입니다. 몇 달째 아무도 찾지 않는 어르신은 무슨 일이 생겨도 알아챌 사람이 없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요일을 정해 면회를 가 주세요.
▶ 참고 : 보건복지부 2025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CCTV 설치 및 열람 기준, 소병훈 의원실 요양시설 신체 구속 학대 자료, 더나은미래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요양시설 신체억제대 권고 보도, 노인복지법 제39조의 6 및 제61조의 2, 노인장기요양보험 누리집
by 복지인 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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