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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노인복지시설인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30년이 지나도 성장하지 못했는가

by 복지인 조병기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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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돌봄 통합시대, 이제는 제도를 바꿔야 할 때다 ―

서울시동작구재가노인복지기관 관장
김성국 박사는  이렇게 생각한다.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역사에서 결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시설 중심 복지에 앞서, 지역사회 안에서 노인을 찾아가 지원하는 최초의 재가복지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이 훌쩍 지난 오늘,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여전히 소규모 기관의 틀에 머물러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요양시설과 비교해 보면, 기능과 규모 모두에서 성장은 거의 멈춰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현장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제도 설계 자체가 성장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법은 재가노인복지시설을 규정하면서 재가노인지원센터를 ‘기타 재가노인복지서비스’로 분류해 왔다. 이 ‘기타’라는 표현은 단순한 행정 용어가 아니다. 핵심 서비스가 아닌 부차적 서비스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며, 정책 목표의 부재, 기능 확장의 제한, 최소 수준에 고정된 인력 기준으로 이어졌다. 법적 지위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한,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아무리 오래되고 필요성이 커져도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

이 구조적 한계는 인력 기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십 년째 유지되고 있는 시설장 1명, 사회복지사 1~2명, 사무원 1명이라는 기준은 초기 상담·연계 중심의 재가복지 모델에나 적합한 수준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복합적인 의료·요양·돌봄 욕구를 가진 노인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인력 기준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법적으로 ‘기타 서비스’에 머무는 기관에 인력을 확대할 정책적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는 멈춰 있었지만, 현실은 이미 제도를 앞질러 왔다는 점이다. 독거노인과 고령·질병 복합 노인의 증가, 제도 밖 노인의 확대, 의료·요양·돌봄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대상자의 급증 속에서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사실상 통합 사례관리 기관으로 기능해 왔다. 제도에 포착되지 않은 노인을 발굴하고, 의료와 요양을 조정하며, 이동·주거·일상 지원까지 담당해 온 것이다. 말하자면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이미 현장에서 ‘무료 통합돌봄 서비스’에 가장 가까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본격 시행과 함께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통합돌봄은 더 이상 선택적 시범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복지 인프라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관리와 조정 체계만 있을 뿐, 이를 실제로 수행하고 책임질 현장 기반 기관은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공백을 다시 재가노인지원센터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지역포괄지원센터를 법에 명시된 공식 수행기관으로 규정하고, 센터 수 확대와 인력 기준 상향을 동시에 설계했다. 미국의 PACE 모델 역시 통합돌봄을 ‘연계’가 아닌 ‘책임 구조’로 설계해, 수행기관의 법적 지위와 재정 구조를 함께 보장한다. 영국 또한 광역 단위의 관리체계와 별도로, 지역 단위에서 다직종 통합팀이 실제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구조를 제도 안에 명확히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의료·돌봄 통합지원법은 관리 체계는 갖추었으나, 현장에서 통합돌봄을 실제로 수행할 주체는 법률에 명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통합지원계획은 수립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책임지는 현장 주체는 제도적으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이미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돌봄을 연계하고 통합적 사례관리를 수행해 온 기관이다. 이들을 의료·돌봄 통합체계의 현장 수행기관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수행해 온 기능을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책적 정비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의 확대가 아니다. 제도 자체의 전환이다. ‘기타 재가노인복지서비스’라는 모호한 지위를 벗어나 통합·사례관리 중심 서비스로서의 법적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상담기관 수준의 인력 기준이 아니라, 다직종·다인력 기반의 통합돌봄 수행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요양시설 중심이 아닌, 재가노인지원센터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있는 투자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복지의 중심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과 일상이다. 30년을 버텨온 재가노인지원센터를 더 이상 제도의 그늘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성장하지 못한 기관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성장을 가로막아 온 제도를 바꿀 때다.

조병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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